고양이 꾹꾹이와 골골송, 알고 보면 인간 치유 프로젝트?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장면이 있다. 고양이가 조용히 다가와 배 위나 무릎 위에 올라앉더니 앞발을 번갈아가며 누른다. 이른바 꾹꾹이. 그리고 그 순간, 마치 작은 트랙터처럼 "그르릉~ 그르릉~" 소리가 시작된다. 이게 바로 골골송이다. 대체 이 사랑스러운 현상은 무엇이고, 왜 인간들은 이걸 당하면서 그렇게 행복해지는 걸까?
사실 이건 단순한 귀여움 이상의 무언가다. 과학자들이 연구해본 결과, 고양이의 꾹꾹이와 골골송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힐링 기술'이다. 심지어 인간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면역력을 높이고, 뼈 회복을 도울 수도 있다고?
믿기 어려운가? 그럼 한번 차근차근 파헤쳐보자. 고양이 꾹꾹이와 골골송이 인간에게 주는 놀라운 효과들, 그리고 그 과학적 배경까지.
꾹꾹이, 고양이의 원초적 애정 표현
먼저 꾹꾹이부터 보자. 고양이는 어렸을 때 엄마 고양이의 젖을 먹으며 앞발로 엄마의 배를 누른다. 이게 바로 꾹꾹이의 시작이다. 젖이 잘 나오도록 자극을 주는 행동인데, 이 시절의 기억이 몸에 남아 성묘가 되어서도 꾹꾹이를 하는 것이다.
즉, 고양이가 꾹꾹이를 한다는 건 "지금 이 순간, 너는 내 엄마다. 너는 나에게 절대적인 안정감을 주는 존재다" 라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과학자들은 이 꾹꾹이 행동이 고양이에게도 진정 효과가 있으며, 신뢰와 편안함의 신호라고 해석한다. 그리고 재미있는 건, 꾹꾹이를 당하는 인간 쪽에서도 유사한 생리 반응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실제로 고양이가 꾹꾹이를 하면 피부에 미세한 압력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는데, 이 자극은 인간의 뇌에서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시킬 수 있다. 옥시토신은 일명 '사랑 호르몬'이라 불리는 신경전달물질로,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는 기능이 있다.
게다가 고양이의 체온은 약 38.5도 내외로, 사람보다 살짝 높다. 그 따뜻한 발이 배 위에서 오물오물 눌러줄 때 느껴지는 온기와 리듬감. 이건 그냥 귀여움을 넘어, 심리적 안정감을 유도하는 훌륭한 '수면 유도 마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골송, 진동하는 치유 주파수
이제 고양이의 진정한 마법, 골골송을 살펴보자. 고양이의 골골송은 단순한 목소리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기적인 저주파 진동에 가깝다. 대부분의 고양이는 25~150Hz 사이의 저주파 골골송을 낸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 진동 주파수가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치유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수의학자들과 생물학자들은 이 주파수가 뼈의 밀도를 높이고 근육과 힘줄의 회복을 촉진하며 통증을 완화하고 부상을 빠르게 낫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여러 차례 발표했다.
한 연구에서는 뼈가 부러진 고양이가 골골송을 자주 내며 회복 속도가 더 빨랐고, 비슷한 주파수를 기계적으로 반복적으로 들려준 실험에서도 동물의 뼈 회복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는? 고양이의 골골송을 옆에서 자주 듣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 진동에 노출되며 심박이 안정되고, 뇌파도 이완 모드로 바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쉽게 말해, 고양이의 골골송은 자연산 ASMR이자, 과학적으로 증명된 회복 촉진 진동기인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왜 그렇게 행복해지는 걸까?
심리학적으로도 고양이와의 교감은 여러 면에서 긍정적이다. 고양이의 골골송과 꾹꾹이 행동은 모두 "나는 지금 너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이 좋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그것이 무심한 듯 다정한 고양이의 방식이고, 사람은 그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 자존감 회복과 정서적 안정을 얻게 된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 감정적으로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고양이의 이런 반복적이고 신뢰에 기반한 행동은 큰 위로가 된다.
게다가 꾹꾹이와 골골송은 대부분 고요한 순간, 예를 들어 잠들기 전, 책을 읽는 시간, 혹은 멍하니 앉아있는 밤 같은 때 시작된다.
그 고요한 정적 속에 울리는 따뜻한 진동. 사람들은 이때 비로소 하루의 감정들을 잠시 내려놓고 고양이라는 존재의 체온에 기대어 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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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꾹이와 골골송은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그 안에 깃든 생물학적 메시지는 꽤 진지하다. 이건 단순한 애교가 아니라 고양이와 인간이 공유하는 정서적 언어, 그리고 조용히 교환하는 힐링의 주파수다.
그 작은 앞발과 낮게 울리는 소리 안에는 우리가 잊고 지내던 편안함, 그리고 다정함이 담겨 있다. 아무 말 없이 눌러주는 그 발끝에서, 우리는 비로소 안도라는 감정을 배운다.